서울에서 춘천까지 자전거 여행(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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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8. 21.
'서울에서 춘천까지 자전거 여행 1탄에 이은 2탄입니다.
(1탄 마지막에 지나고 있던) 풍경이 좋은 길을 벗어나면 일정 거리를 차도 옆으로 가게 되는데요.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됩니다. 내리막에서 사고가 났는데요. 제동 없이 내려오던 중 좌회전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었습니다. 좌회전 차량 깜빡이를 인지했을 때는 급제동을 해야 했었습니다.
급브레이크를 잡았습니다. 다행히 차량은 제 앞을 먼저 지나갔지만 제 자전거는 뒷바퀴가 덜덜거리더니 중심을 잃었습니다. 결국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며 넘어졌습니다. 손바닥과 팔꿈치로 콘크리트 바닥을 쓸었습니다.
좌회전한 차량은 그대로 멈춰 서서 비상 깜빡이를 켜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저는 쪽팔리는 마음에 통증도 없는 듯하여 바로 자전거를 세워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런데..
잠깐 가다 보니 손바닥과 팔꿈치에 통증이 점점 전해졌는데요. 잠깐 서서 손바닥과 팔꿈치를 살폈는데 피가 철철철..
'헉!'
다행히 근처 편의점이 있어서 바로 들어가서 응급조치를 했습니다. 피를 닦아내고 잠깐 지혈을 했더니 피는 이내 멈췄고 밴드를 사다가 덕지덕지 붙였습니다. 특히 팔꿈치가 아팠는데 이후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도 많이 아프네요..
돌아가야 하나를 잠깐 고민하다가 달려온 시간이 3시간이 아까워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중 샛터삼거리 인증센터 바로 전 또 다른 시련(?)을 만나게 되는데요. 자전거 뒤 기어가 박살이 납니다. 언덕을 오르기 위해 기어를 저단으로 바꿨는데 바퀴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서서 자전거를 살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기어 부속이 휠 뒤쪽으로 들어가서 페달도 못 굴리게 부서져 있었습니다. 진짜 돌아가야 하는가? 하는데 샛터삼거리 언덕 정상 부근에 자전거 샵이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지나다닐 때마다 봤던 곳이었거든요.
다행히 솜씨 좋은 사장님을 만나서 자전거를 고쳐 탈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고치는 중에 자전거를 사러 온 다른 손님이 있었는데 하시는 말씀이 "자전거를 사면 보호 장구도 사야 해요. 장갑이 없으면 (옆에 있는 저를 보면서) '이 양반처럼 다칩니다" ㅋㅋㅋ
좋은 말씀을 듣고 다시 자전거를 탔습니다. 안 돌아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풍경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날은 좋았지만 많이 더워졌다는.. 아침의 시원한 바람은 온데간데없고 푹푹 찌는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고 배가 엄청 고파졌습니다. 청평에 다 달았을 때 하나로 마트가 보여서 들어가서 '내 사랑 붕어빵'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부터 '팔팔했던 정신'은 사라지고 페달질만 하면서 달렸습니다. 많이 더웠기 때문에 중간중간 음료수를 들이키면서 계속 갔네요.
파란 하늘을 보면서 그래도 경치는 좋구나 혼자 위안하며 계속 달립니다.
자전거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조금만 오래 타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손목, 무릎 아픈 건 기본이요, 엉덩이는 왜 그리 배기는지..(장거리 자전거를 타면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가 아픔) 하지만 나중에 이 고통을 싹 잊고 또 타고 싶어 집니다. 아마 그 바람과 그 풍경이 또 맛보고 싶어지 것 같아요.
이제 목표지점 춘천에 들어섰습니다. 그늘이 연속되어서 덥지 않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신매대교 인증센터를 지나 신매대교를 건너고, 자전거를 싣고 떠날 버스터미널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집에 갈 생각에 다시 신이 났습니다.
소양강 처녀상을 지나 20분 정도 더 가면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게 됩니다. 터미널 도착이 오후 5시였는데 5시 10분에 버스가 있어서 지체 없이 탈 수 있었습니다.
버스 안은 시원한 에어컨이 나왔습니다. 아주 편안하게 꾸벅 졸면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자전거 여행은 상처를 얻었지만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사고는 방심하면 난다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더 조심스레 타야겠습니다.
다음에 더 즐거운 포스팅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안녕!~